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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소식

웹 3.0, 거품인가 혁명인가

 

어쩌면 역사적일 키보드 배틀

지난해 12월, 웹 3.0을 둘러싸고 IT 거물들 사이에서 ‘키보드 배틀’이 열렸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한 편을 먹었네요. 둘은 웹 3.0에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웹 3.0은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말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죠. 키보드 배틀의 상대편은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A16Z의 파트너 크리스 딕슨입니다. 웹 3.0에 무려 22억 달러(한화 약 2조 64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죠. 키보드 배틀은 크리스 딕슨이 잭 도시를 차단한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웹 3.0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웹 3.0이 대체 뭐길래 엄청난 돈이 오가고, IT 거물들이 ‘키보드 배틀’을 뜨는 걸까요? 웹 3.0은 사기일까요? 아니면 세상을 바꿔놓을 혁명적인 무언가일까요? 이번 아티클에선 알쏭달쏭하기만 한 웹 3.0의 정체를 파악해 봅니다.

논란이 된 일론 머스크의 트윗. '웹 3.0은 실제보단 마케팅 용어에 가깝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웹 3.0과 웹 2.0, 웹 1.0의 차이를 알 수 있어요

▶블록체인, NFT, P2E 등 요즘 자주 들리는 말들이 웹 3.0과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있어요

▶웹 3.0, 왜 거품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웹3.0 ? 그럼 1.0, 2.0은 뭔데?

웹 3.0을 이야기하기 앞서 웹 1.0과 2.0을 잠시 짚고 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인터넷 환경은 크게 두 번 변했습니다. 웹 1.0에서 인터넷 이용자는 정보를 단순히 소비하기만 했습니다. 이 시기에 인터넷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에 그쳤죠. 대표적인 것이 구글, 야후 같은 검색 서비스입니다.

그다음으로 찾아온 웹 2.0은 플랫폼의 시대입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여기에 해당되죠. 이제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도 하게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블로그에 맛집 리뷰를 쓰죠. 나의 일상을 콘텐츠로 만들어 플랫폼에 업로드하는 것은 웹 2.0 시대의 풍경입니다.

웹 2.0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은 장밋빛 일색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다 보면 금방이라도 유토피아가 도래할 거란 낙관적인 전망이 넘쳐났죠. 하지만 약 2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기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인 것 같습니다. 웹 환경은 MAMAA(Meta-Amazon-Microsoft-Apple-Alphabet)의 통제에 놓여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이용자인데 이를 통해 창출된 수익의 대부분은 이들 플랫폼 기업이 차지하죠. 플랫폼 기업의 보안이 뚫리면 개인 정보가 유출된다는 점과 플랫폼이 사라질 시 데이터도 모두 없어진다는 것도 문제점입니다. 지금의 웹 환경은 한마디로 ‘플랫폼이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웹 2.0의 BIG 5 : 메타(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웹 3.0은 바로 이 지점, 데이터의 주인은 플랫폼이 아니라 사용자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웹 3.0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탈 중앙화’인데요, 탈중앙화 앞에 ‘플랫폼으로부터’가 생략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보다 쉽게 맥락을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정리하자면, 모든 사용자가 정보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탈중앙화)이 웹 3.0의 이상이자 구현하고자 하는 현실입니다.

웹3.0, 가능한 거야?

그렇다면, 개인이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게 하자는 웹 3.0의 이념은 현실성이 있는 아이디어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살펴봐야 합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가 담긴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나누어 가지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공공거래장부'라고도 불립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용이 담긴 블록(Block)을 사슬처럼 연결(chain)한 것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입니다.

 

블록체인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데이터를 여러 곳에 조금씩 나눠서 저장하는 기술’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는 세계 곳곳에 있는 네티즌의 컴퓨터에 분산되어 저장되는데요.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를 수정하기 위해선 모든 참여자를 동시에 해킹해야하므로 위·변조는 사실상 불가능하죠.

바로 이 점,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특성 덕분에 더 이상 플랫폼 기업의 중앙 서버에 모든 데이터가 저장되던 웹 2.0의 방식을 따를 필요가 없어집니다. 개인이 생성한 데이터라도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거치지 않은 개인 간의 거래도 가능해집니다. 이때 거래에 사용되는 수단이 바로 우리에게 ‘코인’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크립토(crypto)입니다.

 

코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역시 요즘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는 NFT도 짚고 넘어갈까요. NFT 역시 블록체인의 활용법 중 하나입니다.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이용해 디지털 파일에 진품 인증서를 부여하면 NFT가 되는 것이죠.(이때, 디지털 파일을 NFT 화하는 과정을 민팅이라고 부릅니다.) NFT 덕분에 무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환경에서도 데이터의 온전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죠.

블록체인의 등장 덕분에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도 데이터를 저장하고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웹 3.0의 이념인 탈중앙화를 실험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는 마련되어 있는 셈이죠.

웹 3.0, 재료는 있지만 요리는 아직입니다.

근데 왜 웹 3.0이 거품이란 거야?

이쯤에서 다시 ‘키보드 배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웹 2.0에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고, 블록체인이라는 구현 기술도 마련되어 있는 데다가, 코인이 인기인 걸 보면 사용자도 충분히 모인 것 같은데 왜 일론 머스크는 왜 웹 3.0을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고 했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시 웹 3.0의 이념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웹 3.0의 이념은 앞서 말했듯이 탈중앙화죠. 이념에 충실하자면, 데이터를 통한 수익도 온전히 사용자에게 귀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 코인, NFT 등이 거래되는 양상을 보면 ‘무늬만 탈중앙화’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블록체인 기술로 웹 3.0을 묻혀놨다 뿐이지, 초기 투자자들이 자본을 투자해서 가치를 올린 뒤에 대다수의 일반 투자자에게 구매의 기회가 주어지는 기존의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죠.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트위터에 업로드한 이미지. 잭 도시는 "웹 3.0은 결코 벤처캐피털(VC)과 그들에게 돈을 대는 펀드 출자자(LP)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웹 3.0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기존의 웹 2.0이 제공하던 가치보다 월등히 뛰어난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즉,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보다 더 재밌고 편리하면서도 널리 쓰이는 서비스가 필요하죠. 웹 1.0에겐 검색이 있었습니다. 웹 2.0엔 플랫폼이 있었죠. 이에 대응할 만한 웹 3.0만의 서비스가 나타나지 않는 한 웹 3.0은 공허한 구호일 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웹 2.0이란 용어를 대중화시킨 프로그래밍 전문 매체, <오라일리 미디어> 대표 팀 오라일리는 “벤처 캐피털 투자가 특정 회사나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성공과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현재 단계의 웹 3.0은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탄생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언가를 웹 3.0이라고 부르기 위해선, 그 영향력이 시장에 일찍 참여한 이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죠.

정리하자면, 코인, NFT 거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뿐이지 수익을 내는 방법론에서 웹 2.0시대와 근본적인 차이가 없고, 탈중앙화라는 이념에 충실하자니 마땅한 서비스가 없습니다. 이것이 현재 웹 3.0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입니다.

 

P2E, 웹 3.0의 구원투수가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 3.0을 구현하고자 하는 실험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P2E(Play to Earn) 게임은 웹 3.0 실험의 주목할 만한 최신 사례죠. 대표적인 것이 ’인생을 바꾸는 게임’으로 이슈가 된 게임, 엑시 인피니티입니다. 엑시 인피니티는 게임 내 미션을 클리어하면 암호화폐를 받게 됩니다. 사용자는 그 암호화폐를 거래소 등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실제 생활에서 쓸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죠.

전 세계 250만 명의 이용자를 가진 최대 NFT 게임 생태계 중 하나인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P2E 게임은 웹3.0의 조건을 꽤 많이 갖춘 것처럼 보입니다. 사용자가 게임 내에서 데이터를 만들어낸 대가를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얻게 된다는 점에서 탈중앙화에도 부합하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유저를 모을 유인책도 충분하죠. 게임이 현시점에서는 ‘메타버스’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웹 3.0스러움’을 더해주는 요인입니다. P2E 게임이 웹 1.0의 검색, 웹 2.0의 플랫폼에 대응되는 웹 3.0의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웹 3.0의 시대를 가늠하는 중요한 힌트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웹 3.0은 개와 늑대의 시간을 지나는 중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말이 있습니다. 저녁 어스름 무렵,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다가오고 있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알 수 없을 때를 의미하는 말인데요. 지금 웹 3.0은 '개와 늑대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명확한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다가오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죠.

자신의 데이터를 온전히 통제하는 환경은 구현 가능할까요? 우리가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곧 수익이 된다면,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까요, 아니면 인터넷 세상에 더 깊이 얽매이게 될까요? NFT 마켓 플레이스인 메타 플렉스 스튜디오(Metaplex Studios)의 스테판 헤스 최고경영자는 "블록체인과 NFT를 활용한 웹 3.0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시간을 상용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시간이 거래 가능한 데이터가 된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들의 답을 지금 명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다가오는 시대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웹 3.0을 상상하기 위한 단서도 현재에 놓여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아티클이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다음 아티클은 P2E을 조금 더 자세히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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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O'Reilly, "Why it’s too early to get excited about Web3", Oreilly, 21.12.13

**조철희, "NFT·웹3.0, 나의 시간을 상용화하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 머니투데이,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