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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 소식

게임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 P2E 뜻, 현황, 전망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있으면 돈이 나오니?”

 

게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잔소리죠. 게임머니가 진짜 돈이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 상상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돈 버는 게임' P2E 이야기입니다.

목차

1. P2E란?

2. P2E 게임, 그래서 얼마나 핫한데?

3. '돈이 벌리긴 하는데...' P2E 게임의 과제

4. P2E 너머의 미래


1. P2E란?

돈 버는 게임(feat. 블록체인)

P2E(Play to Earn)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라는 개념으로, 사용자가 게임을 하며 획득한 아이템을 가상화폐나 NFT(대체 불가능 토큰)로 교환, 이를 판매해 현금화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합니다. 게임만 했는데 돈이 벌린다니, 어떻게 이게 가능해진 걸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블록체인을 이해해야 합니다. 크립토, NFT 등 수많은 ‘신문물'의 등장을 촉발시킨 기술이죠. 블록체인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데이터를 여러 곳에 조금씩 나눠서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이때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의 중앙 서버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는 네티즌의 컴퓨터에 분산되어 저장되고, 이 덕분에 위·변조가 불가능해지죠.

일각에선 블록체인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위·변조가 불가능하면 굳이 플랫폼 기업에 데이터 맞길 필요 없이 개인끼리도 거래할 수 있는 거 아니야?'하고요. 개인이 데이터를 소유하고 활용하는 ‘탈중앙화'된 인터넷 세상. 이 미래의 이름이 바로 한 번쯤 들어보셨을 ‘웹 3.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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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미래다?

그런데, ‘웹 3.0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하기엔 아직 조금 이른 느낌입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지만, 코인이나 NFT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죠. 여전히 웹의 패권은 웹 2.0의 총아인 플랫폼 기업들이 쥐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코인, NFT,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과 매혹적인 개념들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이라고 하기엔 설레발처럼 느껴지는 게 오늘의 현실이죠.

P2E게임의 등장은 웹 3.0이라는 미래로 가는 여정에서 변곡점이 될 지도 모르는 사건입니다. P2E라는 개념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엔 P2E가 검색과 플랫폼의 계보를 이을 '새로운 인터넷'이 될 것인지 가늠해보고자 하는 호기심도 섞여있죠. P2E게임은 모든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2. P2E 게임, 그래서 얼마나 핫한데?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까진 아직 아니지만, P2E 게임은 꽤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는 베트남의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에서 2018년에 개발한 P2E 게임입니다. 엑시 인피니티 유저는 몬스터 캐릭터인 ‘엑시'를 타인에게 팔거나 전투를 통해 'SLP' 코인을 획득하고, 이를 코인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엑시 인피니티는 전 세계 250만 명의 이용자를 가진 최대 NFT 게임 생태계로 거듭났습니다. NFT 게임계의 ‘대장주'인 셈이죠.

작년 9월, 엑시 인피니티를 개발한 제프린 저린 스카이마비스 공동설립자는 DAU(일간 서비스 이용자) 140만 명 중 60%를 필리핀 이용자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월평균 수익이 70만~1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필리핀 국민의 월평균 소득은 약 104만 원인데요, 적어도 필리핀에선 게임이 생계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죠.

작년 필리핀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엑시 인피니티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내 게임사들도 P2E 게임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한국에선 P2E 게임이 금지돼 있는 실정이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작년 8월 출시된 위메이드가 모바일 게임 ‘미르 4 글로벌’은 170개국에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그라비티의 P2E 게임 라그나로크 라비린스 NFT의 동남아시아 지역 사전예약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죠.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들도 NFT 도입과 P2E 론칭을 속속들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3. "돈이 벌리긴 하는데..." P2E 게임의 과제

다만 P2E 게임의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닙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유저를 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있는 상황이죠.

P2E의 과제 1 : 규제

첫 번째 문제는 제도의 영역에 놓여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에선 게임법에 의해 P2E 게임의 국내 출시는 불가능합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련 법률 제32조 1항 7조에 따르면 ‘게임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의 환전은 불가능하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P2E 게임인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등급분류결정 취소 처분이 내려져 양대 앱 마켓에서 퇴출되기도 했죠.

글로벌 무대로 시야를 넓혀봐도 규제에서 마냥 자유롭진 않습니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P2E 게임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애플은 ‘채굴이 기기 밖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아닌 한, 앱은 가상 화폐를 채굴할 수 없다'는 암호화폐 심사지침을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위메이드의 ‘미르 4 글로벌’은 iOS 버전에선 NFT 관련 시스템을 제거해야 했습니다. 구글 역시 비슷한 조항을 갖고 있어서 양대 앱 플랫폼에서 P2E 게임이 쫓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P2E의 과제 2 : 인플레이션

또 다른 문제는 P2E라는 시스템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P2E 게임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암호화폐를 지급하므로, 시간이 지나고 사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게임 내부 경제엔 돈이 많이 풀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죠. 코인 전체 발행량을 제한하거나 게임 내에서 소비시키는 등의 대처법이 있긴 하지만 P2E 게임 유저들의 대부분은 실물 화폐로 환전하길 원합니다. '돈 버는 게임'이니까요. 게임에서 코인을 얻는 족족 환전소에 가져간다면 코인의 실물화폐 대비 가치가 보잘것 없어지겠죠. 결국엔 '돈 버는 게임인데 돈이 안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P2E 게임에 시간을 쓸 이유가 사라진 유저들은 게임을 떠나게 되겠죠. P2E 게임의 ‘대장주'인 엑시 인피니티도 코인 가치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작년 7월 한때 400원까지 치솟았던 SlP 코인의 가치는 현재(5월 기준) 10원대에 불과합니다.

엑시 인피니티 코인, 'SLP'의 1년 시세 그래프. coinmarketcap 갈무리

 

P2E의 과제 3 : 노잼

결국 관건은 유저를 붙들어두는 것입니다. 이에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재미만 있다면 사람들은 돈을 써서라도 게임을 하니까요. 재미는 앞서 언급한 게임 내 인플레이션을 잡을 본질적인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유저가 게임에서 획득한 코인을 모조리 환전하기보다 게임 내에서 소비한다면 코인의 유동성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정리해 보면, 게임에 블록체인을 붙이기만 하면 흥행하던 시절은 이젠 지나간 것 같습니다. 시장의 열기는 가라앉았고, 게임 팬들은 환전이 콘텐츠의 전부인 '디지털눈알붙이기'가 아니라 재미라는 본질에 충실한 '갓겜'을 원하죠. P2E 게임이 풀어야 할 방정식은 꽤나 복잡해 보입니다. 규제를 피해서, 건강한 게임 내 경제가 유지되는, 끝내주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4. P2E 너머의 미래

어쩌면 P2E 게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기대는 조금 섣부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 개발되는 게임들에 P2E 요소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현실 경제와 완벽히 연동되는 경제 시스템을 갖춘 ‘새로운 인터넷’이라고 부를만한 게임은 아직 없기 때문이죠. P2E는 지금으로선 신작 게임에 유저를 모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당근’ 정도의 평가가 적절해 보입니다.

하지만 P2E가 제시하는 방향성은 미래에 대한 참고할 만한 힌트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허물어질 것이며, 현실의 개념은 확장될 것입니다. 미래엔 ‘몸이 놓인 곳'과 ‘정신이 놓인 곳'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현실'이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르죠. 이는 몇 년 사이 점점 자주, 더 크게 들려오는 메타버스, 탈중앙화, 크립토 같은 말들이 모이는 미래의 어느 지점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도착 시점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지만 그리로 가고 있다는 것만은 명확하죠.

어쩌면 우리는 문명사적 격변기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를 골라 태어날 순 없지만, 어떻게 살아낼지 정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죠. 지금 코딩을 안다는 것은 청동기 시대에 철기를 만들 줄 아는 것과 비슷합니다. 오늘의 효율을 올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에도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도구를 손에 쥐는 것이죠. 위기에 쫓길지, 기회를 좇을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건 격변기를 사는 이들에게만 찾아오는 행운입니다. 지금, 큰일 낼 수 있는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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